RECORD
부부하이킹 #12(수리산 환종주)

용인 할미산성이에요. 왜 이날 오후 반차를 내고 혼자 산을 올랐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오후 집에서 출발 법화산을 거쳐 88CC와 향린동산을 타고 할미산성까지 왔어요.

그러나 향린동산 후문을 통과하지 않고 향린수양관 방면 길을 찾으려다 제대로된 등산로가 없어 수풀을 헤치고 올랐어요. 할미산성에 도착했을 때에는 피곤한데다 무릎까지 아파 건너편 석성산 등반은 포기하고 백현초등학교 방향으로 하산해야만 했어요. 그래도 4시간 동안 12.6km의 거리, 800m의 고도를 올랐네요.

구정연휴에요. 당직이었던 박아빠 직장으로 김엄마가 찾아왔어요. 이날은 함께 수리산 환종주를 하려고 해요.

태을봉이 관모봉보다 높은 수리산의 주봉이지만 탁 트인 주변 전망은 관모봉이 훨씬 좋은 편이에요. 그리고 관모봉에서 태을봉 방향은 음지가 많아 눈 길을 조심해야만 해요.

태을봉까지 오는 도중 70대로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났어요. 오늘같은 눈 길 산행에 여자는 처음 본다며 반갑와 하시더니 구정 연휴 인사하러 온 아들 보기 싫어 새벽같이 나왔다느니 여전히 자기는 주식이나 머리 쓰는 일을 한다느니 한참을 붙잡혀 대화의 희생양이 되었어요. 근데 할아버지 박아빠와 김엄마보다 훨씬 산을 잘 타세요.

수리산은 첫 봉우리 관모봉까지도 주니하우스 뒷 산 법화산에 비해 경사도 심하고 오르는 길도 불친절한 편이에요. 태을봉에서 슬기봉을 향하는 능선길은 더 험한편인데 그래도 이 길을 김엄마와 함께 걸어보고 싶었어요.

눈이 펑펑 내린 날은 아니지만 설질이 습해서 그런지 아이젠 사에 눈과 흙이 쌓여 걷기 여간 불편한게 아니에요.

그럭저럭 네번째 봉우리인 수암봉까지 왔어요. 고냥이 두 마리가 양지에서 일광욕 중이에요.

파란 하늘이 맑아요. 이제 내려가는 길만 남았지만 여전히 눈길에 편치 않은 산행이에요. 그렇게 박아빠와 김엄마는 관모봉과 태을봉, 슬기봉과 수암봉을 거쳐 병목안공원으로 내려왔어요. 원점 회귀하기에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고 집에 가서 빈대떡 부쳐야한다고 해 공원에서부터는 택시로 돌아왔어요.

함박눈이 내렸어요. 정말 많은 눈이, 그것도 설질이 좋은 눈이 왔어요.

회진을 도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설산이 장난이 아니에요.

이런 날은 가만히 있을 수 없지요. 점심 때 수리산에 올랐어요.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박아빠 혼자 밟으며 올라가는데 거대한 나무가 쓰러져있고 등산로는 여기저기 막혀있고 그러나 3개월 전 김엄마와 함께 간 소백산 설경과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설산을 직장 뒷산에서 짧게나마 경험할 수 있었어요.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에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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