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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종주 #3(세석-중산리) feat. 백병열집사님

2025.10.09. 세석대피소

세석 대피소의 세면장은 대피소에서 30-40m 떨어져 있어 대피소 관리인의 눈을 벗어나 있어요.

어제처럼 혼나지 않게 주변을 확인한 뒤 잽싸게 머리만 물에 행궜어요.

아침밥은 3.4km 떨어진 장터목 대피소에서 먹기로 하고 6:30 출발해요.

2025.10.09. 세석대피소

자정 좀 지난 2-3시부터 부시럭 부시럭 일어나 떠나는 사람들 때문에 김엄마는 잠을 잘 자지 못했어요.

해는 일찍 지고 바깥 날씨는 좋지 않아 사람들은 일찍 자고 새벽같이 일어나 길을 재촉했어요.

에어팟 프로를 끼고 잔 박아빠는 그러거나 말거나 정말 잘 잤어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은 종주 산행의 필수템이에요.

2025.10.09. 세석대피소

세석 평전의 철쭉은 지리산 10경 중의 하나라는데 철쭉철이 아니긴 해도 이런 날씨에서라면 그 감동이 반감될 수밖에 없겠어요.

2025.10.09. 장터목 가는 길

박아빠 짐은 지난 이틀간의 식사로 다소 가벼워졌어요.

애초에 공용 짐을 다 박아빠 가방에 넣었기에 김엄마 가방은 처음과 별 무게 변화가 없어요.

2025.10.09. 촛대봉

세석에서 얼마 가면 해발 1703m의 촛대봉이에요.

일부 사람들은 촛대봉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4-5시부터 서둘렀는데 일출을 포기하고 잠을 청한 박아빠의 승리에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요.

2025.10.09. 장터목 가는 길

여기는 산불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갔나 봐요.

큰 나무들은 전부 불에 탔고 그 아래에서 새로운 나무들이 자라고 있어요.

2025.10.09. 장터목 가는 길

박아빠와 김엄마는 씻지 않은 티, 피곤한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요.

2025.10.09. 장터목 가는 길

그러데 백집사님은 뽀얀 얼굴 그대로에요.

역시나 등산의 고수에요.

2025.10.09. 장터목 가는 길

구름과 안개 때문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단풍과 낙엽은 가을산의 매력을 보여주어요.

2025.10.09. 장터목 가는 길

백집사님이 가끔 불러 세우고는 이렇게 기념사진을 남겨주세요.

2025.10.09. 장터목 가는 길

나무들이 한 방향으로 굽어 있어 이곳 바람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어요.

그러나 지금은 돌풍이라도 불어 이 구름들을 다 날려주고 땀에 젖은 몸과 옷을 말려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요.

2025.10.09. 장터목 가는 길

바램이 강하면 이루어 지는 걸까요?

구름이 조금씩 옅여지며 저 멀리 강이 보여요.

여기가 산청이니 저렇게 큰 경남의 강은 필연 낙동강이 분명해요.

2025.10.09. 연하봉

세석평전과 장터목 사이, 연하봉은 해발 1730m의 높은 봉우리에요.

아침의 짙은 운무가 강한 바람으로 물러가고 있어요.

2025.10.09. 연하선경

연하봉의 기암괴석과 층암절벽 사이, 고사목과 어우러진 운무가 흘러가면 마치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하여 연하선경은 지리산 10경의 하나로 손꼽힌다고 해요. (출처: 서부경남신문)

2025.10.09. 연하선경

잠시 땀을 식히며 강한 바람에 다시 자켓을 꺼내어 입는 사이 갑자기 풍경이 드러나고 있어요.

2025.10.09. 연하선경

백집사님은 막 저희를 불러 지금 얼른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성화에요.

2025.10.09. 연하선경

이런 표정으로, 저런 자세로…

2025.10.09. 연하선경

여기에서 한 컷, 저기에서 한 컷…

2025.10.09. 연하선경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백집사님 사진 투성이에요. ㅋㅋ

2025.10.09. 연하선경

첩첩산중이란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이에요.

2025.10.09. 연하선경

아직 본격적인 단풍이 시작되지 않은 남도이지만 햇살과 구름 사이 드러난 단풍은 다시 한번 지리산을 찾아야할 이유를 알려주어요.

2025.10.09. 연하봉

정말 30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 순식간에 사라진 구름 때문에 행복한 산행으로 탈바꿈한 지리산 종주가 되었어요.

2025.10.09. 연하봉
2025.10.09. 연하봉

아쉬운 마음에 떠나면서도 발걸음을 멈추고 계속 사진을 남겨요.

2025.10.09. 연하봉
2025.10.09. 연하봉

세석에서 예까지 3km도 되지 않은 거리, 재촉해도 빨리 갈 수 없었겠지만 이러 저런 이유로 속도가 나지 않고 있어요.

2025.10.09. 연하봉

두 사람을 먼저 보내놓고 박아빠는 계속 뒤로 돌아 눈에 담고 사진에 남겨요.

2025.10.09. 연하봉

종주를 마치고 글을 정리하는 지금 생각해 보면 이날 보았던 30분 풍경은 지리산 종주 2박3일의 여정 중 저희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지리산의 속살이었어요.

2025.10.09. 연하봉

이제 이 파란 하늘이 계속될 것만 같은 착각에 행복해져요.

2025.10.09. 장터목 가는 길

투구꽃 맞지요?

2025.10.09. 장터목 대피소

장터목 대피소가 보여요.

세석에서 예까지 3.9km의 거리라 일찍 도착한 세석에서의 전날, 예까지 오고 싶었는데 빗길에 오기도 힘들었겠고 만약 어제 왔었다면 연하선경의 아름다움을 구경하지 못했겠지요?

2025.10.09. 장터목 대피소

장터목은 함양과 산청 사람들이 여기에 장을 열고 물물교환을 한데서 이름이 유래되었어요.

해발 1700m의 고지에서 장을 열었다니 상상이 되지 않아요.

2025.10.09. 장터목 대피소

자 이제 드디어 아침 식사 시간이에요.

황창수 집사님이 제공한 누룽지와 전날 남은 전투 식량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떼우고 있는 사이 저 멀리서 몰려오는 구름이 방금 전의 맑은 하늘을 인정사정 없이 덮어버려요.

2025.10.09. 장터목 대피소

장터목 대피소에는 중산리나 백무동에서 올라온 사람들, 벽소령이나 세석에서 종주하는 사람들, 전날 숙박한 사람들, 많은 사람들이 북적여요.

전날 숙소를 변경하려 했을 때 장터목 대피소의 관리인이 시큰둥하게 반응했던 이유를 알 수 있겠어요.

2025.10.09. 천왕봉 가는 길

이제 천왕봉까지는 장터목 대피소에서 1.7km의 거리로 약 250m의 고도를 더 올려야 해요.

2025.10.09. 천왕봉 가는 길

살아서 1000년, 죽어서 1000년의 주목이에요.

겨울 덕유산행 때 눈 속에 파묻혀있던 주목을 만났더랬지요.

2025.10.09. 제석봉

제석봉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길은 능선 산행과 같아서 지리산의 멋진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다고들 하는데 확인이 안 된, 확인 할 수 없는, 전설과 같은 이야기에요. TT

2025.10.09. 천왕봉 가는 길

주황색 자켓과 빨강색 티가 인상적인 백집사님이에요.

그러나 역시 남자는 핑크지요. ㅋㅋ

2025.10.09. 천왕봉 가는 길

박아빠도 함께 한 컷…

2025.10.09. 천왕봉 가는 길

역시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어요.

정상에 다와가는데 아무 것도 안보여요.

2025.10.09. 천왕봉

천왕봉 정상에 사람들이 모여있어요.

2025.10.09. 천왕봉

아주 많지 않은 사람들, 20-30명 정도가 기념사진을 위해 줄을 서 기다리지만 좀처럼 줄이 줄어들지 않아요.

기다리는 사이 정상석 뒤편에서 기념사진을 찍어요.

2025.10.09. 천왕봉

이 사람 두서너 번, 저 사람 두서넌 번, 조합을 바꾸어 여러 번, 그러다보니 한 팀당 20-30장 정도 사진을 찍는 거 같아요.

2025.10.09. 천왕봉

겨우 저희 차례가 왔어요.

백집사님과 셋이서 함께 찍은 사진은 제대로 나온게 없어요.

저희 따로, 백집사님 따로 사진을 올려요.

2025.10.09. 천왕봉

이 사진 남기려고 한참을 기다렸는데 저히 부부만이었다면 저 멀리서 다른 사람 찍는 것 포함해 정상석 찍고 내려갔을 거에요.

나중에 하산 후 천왕봉 기념사진 대기줄 쇼츠를 보니 2-3시간은 족히 걸릴 정도로 엄청나게 길더군요. 헐~

2025.10.09. 중산리 하산길

내려가는 길은 백무동행과 중산리행, 그리고 화대종주의 끝, 대원사 방향이 있어요.

저희는 중산리로 향해요.

2025.10.09. 중산리 하산길

중산리 방향은 천왕봉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이에요.

그래서 경사가 가팔라요.

2025.10.09. 중산리 하산길

하산 중에 백집사님이 만들어 오신 뿌리산악회 배너를 정상에서 찍지 못한 것을 깨달았어요.

아 이거, 대기하면서 생각했었는데…

2025.10.09. 중산리 하산길

철제 계단은 가파르고 바위 간격은 높아요.

김엄마는 배낭 무게에 계단을 내려가려고 쪼그리다가 그대로 주저앉기를 반복해요.

바위는 미끄럽고 배낭은 무겁고 다리에 힘은 빠지니 김엄마 정신을 차리지 못해요.

2025.10.09. 중산리 하산길

결국 박아빠가 넘겨받아 앞에는 김엄마 배낭, 뒤에는 박아빠 배낭을 메고 하산하기 시작했어요.

턱까지 올라오는 배낭 때문에 가파른 계단의 내려가는 길,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한 손으로 배낭을 댕겨 제끼고 내려가야만 해요.

그러다보니 하산길 사진이 별로 없어요.

2025.10.09. 법계사

해발 1400m의 법계사에요.

아직 2.7km의 거리를 가야만 하고 고도 600m를 떨어뜨려야 해요.

근처에 로터리 대피소가 있지만 이윤휘 권사님이 오고 있어 쉬었다 갈 여유가 별로 없어요.

2025.10.09. 칼바위

이제 중산리까지 1.3km 남았어요.

가파른 계단도 없어지고 다소 완만한 하산길이에요.

그리고 이 길에서 운동화 차림으로 올라오시는 이권사님을 만났어요.

2025.10.09. 중산리

오 예~ 드디어 중산리 입구에요.

2025.10.09. 중산리

불가능할 것만 같던 지리산 종주, 이제는 익숙해진 청국장 냄새와 함께 해낸 2박 3일 여정의 끝이에요.

2025.10.09. 중산리 탐방지원센터

다시 예전의 등산 고수의 기백과 노련함을 되찬으신 백집사님, 여자로서 씻지도 못하고 잠자리도 불편한 종주산행의 도전을 먼저 꺼내고 이루어낸 김엄마, 이 멀리까지 차를 몰고 와 저희의 종주산행을 지원해주신 이권사님, 그리고 이 모든 즐거움을 함께 누린 행복한 남자 박아빠, 모두 수고 많으셨어요.

2025.10.09. 산청 숲속산장식당

여기는 중산리탐방지원센터 근처의 분재가 예쁜 지리산 숲속산장식당이에요.

사장님께 분재가 예쁘다고 했더니 청와대에서 달라고 해도 안주었다고 하세요.

그래서 청와대의 요구면 영광스러운 일 아니냐며 그냥 주시지 그랬냐고 하니 청와대에 사는 놈들이라며 욕을 하세요.

2025.10.09. 산청 숲속산장식당

바깥 어르신의 훅 들어오는 공격에 당황해하는 저희들을 두고 얼른 수습하시며 안주인이 내주신 지리산 흑돼지 삼겹살이에요.

아- 여기는 경남 산청이에요. ㅋㅋ

2025.10.09. 진도울금 누릉지

비록 백집사님께 종주 중 삼겹살을 준비해서 제공해 드리지는 못했지만 하산 후 이렇게라도 아쉬운 맘을 달래드리려 한거였는데 꿩보다 닭이라고 하기에는 이거 너무 맛있는 거에요.

욕 먹고도 찾을만큼 맛있는 삼겹살, 지리산 종주의 결정판이었어요. ㅋㅋ

아~ 그리고, 지리산 종주를 위해서 에티오피아와 과테말라 원두와 함께 진도울금누릉지를 후원해주신 황창수 집사님께도 이 모든 영광과 감사를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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