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운탄고도 4길

(2025.02.12. 작성) 운탄고도4길은 약 29km로 앞선 1-3길에 비해 거리가 긴 편이에요. 그래서 박아빠와 김엄마는 출발을 하루 앞둔 10월 8일, 주일 예배를 마치자마자 영월로 출발했어요.

도착시각 오후 5시 막 넘었는데 이번에는 청령포 가는 배를 탈 수 있었어요.

청령포는 경주의 삼릉과 같이 하늘로 뻗은 소나무가 멋진 유원지 같지만 몇 백 년 전 이곳은 아무나 드나들 수 없는 유배지였어요.

첩첩산중 오지로 유배 온 단종이 이처럼 제대로 된 집에 기거했을 리 없겠지요. 1996년 홍수에 떠내려간 단종어소를 재건할 때 제대로 된 고증 없이 지었을 거라 추측하고 있어요.

단종이 유배할 때 이 갈라진 소나무 사이에 앉아 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요. 이 소나무는 단종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단종의 울음소리를 들었다하여 관음송이라 이름 붙여져요.

청령포는 삼면이 서강에 둘러쌓여 마치 반도와도 같고 남쪽은 기암절벽과 산에 가로막혀 배를 타지 않고 출입이 불가능한데다 호랑이 등 맹수가 득실거려 아무도 다가갈 수 없었다고 해요. 그렇게 쓸쓸히 죽어간 단종의 시신조차 세조가 무서워 어느 누구도 수습하지 못할 때 영월 호장 엄홍도가 장례를 치뤄주었다고 해요.

요즘 계엄과 탄핵 관련해 국가 지도층과 엘리트들의 얼척없는 모습과 태도를 목격하는데요, 예나 지금이나 그놈의 권력이 뭐라고… 그나저나 영월의 명물 동강다슬기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비주얼 때문에 좀 거시기 했어요.

마침 저희가 방문한 날이 지역 축제날이었어요. 노래자랑 무대도 마련되고 아이들 탈 것도 준비되고 먹거리 장터도 많았지만 저희는 카페에서 디저트와 음료로 하루를 마무리해요.

이른 아침 운탄고도4길 도전에 나서요.

운탄고도 4길은 정선 예미역에서 출발하여 화절령까지 이르는 약 29km의 거리에요. 험난한 산악길은 아니지만 30km 가까이 트레킹한 적은 없었기에 전날 영월에서 잠을 자고 이침 일찍 트레킹에 나선거에요.

돌아올 때는 사북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예미역까지 올 예정이에요.

타임캡슐 공원 초입까지 공도 옆 인도를 따라 약 5-6km의 길을 걸어야만 해요.

이제 공도를 벗어나 산길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포장된 임도를 따라 가요.

운탄고도 도전에 나서며 이처럼 탁트인 풍경을 가끔 만나는데요, 빽빽한 나무 숲, 가파른 한국의 여느 등산코스와 달라 이국적인 느낌을 갖게 돼요.

이곳은 새비재 정상의 타임캡슐공원이에요.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차태현과 전지현이 바로 이 소나무 아래에 타임캡슐을 묻었더랬지요.

잘 포장된 아스팔트 도로와 임도를 따라 왔지만 출발지에서 예까지 벌써 10km 넘게 왔어요.

길은 하나밖에 없는 것 같은데 이 길이 맞는 것 같은데 아무리 가도 나타나지 않는 인증 스탬프 때문에 맘을 졸이며 가는 중 드디어 반가운 주황색을 발견했어요.

도장을 찍고나니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워요. 야생화도 예쁘고…

뱀까지도? ㅋㅋㅋ 이날 운탄고도4길에서 뱀을 두 번이나 만났어요.

바가지까지 갖추어져 있지만 음용불가의 약숫물이에요.

역시나 이날도 열일한 헬리녹스의 체어원 되시겠어요.

길이 넓지요? 이 길을 따라 아무리 걸어도 운탄고도를 건너는 사람들은 만나지 못했는데 일단의 MTB 그룹이 떼를 지어 라이딩 하는걸 목격했어요.

가을 단풍이 조금씩 들고있어요. 본격적인 단풍철에는 날씨가 훨씬 추워질테고 옷도 늘어나고 배낭 무게도 늘어나 트레킹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이제 4길의 종점에 왔어요. 30km에 이르는 하이킹을 무사히 완수한 박아빠와 김엄마 모두 대견해요.

사북에는 30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공중보건의로 있던 아는 형을 만나러 왔었는데요, 그때 어두운 하늘과 마을 옆 개천의 검은 물, 그리고 검은 흙과 돌 때문에 한없이 우울해졌던 기억이 있어요. 그러나 박아빠와 김엄마를 기다리는 더 우울한 소식이 남아 있었는데요,

사북역에서 회절령까지 택시가 오지 않는다는 거에요. 트레킹을 마치고 회절령에서 사북역까지 택시를 타고 간다는 계획이 좌절되고 5km 더 걸어내려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김엄마는 그만 무너져내리고 말았어요. 이 길을 보면 누가 예까지 택시를 몰고 오겠어요? 1-4길을 마친 현재, 운탄고도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단점이 좀 있어요. 하나는 도착지에서 출발지로의 회귀가 쉽지 않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20-30km 트레킹 거리에 소변을 해결할 화장실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에요. 그렇다면 박아빠와 김엄마는 지금까지 어떻게 올 수 있었을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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